오늘 갑자기 친구녀석이 MSN으로 말을 걸어왔습니다.
친구 : 야, 너 빨리 세키라라 검색해봐.
미레 : 응? 그건 또 뭔데?
친구 : 니 소설이랑 설정이 겹쳐.
미레 : 뭐...?
바로 검색해봤습니다.

상상, 아니 망상 속의 그녀가 현실세계에 나타….
아니, 내 눈앞에 강림했다!!
“너, 사악한 기운이 풍기는군.”
저녁노을 진 거리에서 여검사에게 그런 말을 듣고 나는 당황했다.
혹시, 카루나? 내가 옛날에 썼던 소설 속의 히로인?? 설정대로 나를 잘 따르고, 망상대로 미소녀다…. 아니, 거짓말이지? 불가능해!! 우선 그 소설은 내 트라우마다. 그 사건의 쇼크로 창작을 접고 오타쿠를 탈출하여, 지금은 무난한 고교생활을 보내고 있다. 그러니까 순수하게 기뻐할 수 없고, 평화로운 ‘지금’이 파괴될 것 같은 대 혼란이 예상되는데….
...맙소사.
딱 하나 겹칩니다. 정확하게 딱 하나만 겹쳐요.
'주인공이 쓴 소설의 여주인공이 현실에 나타났다.'
플롯은커녕 캐릭터성도 하나도 안 똑같아요.
하지만 이건 해당 소설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시점에선 치명적입니다.
심하게는 표절작이라는 의혹까지 받을 수 있어요.
전 황급히 담당자님께 문자로 문의를 드렸습니다.
그러자 10초만에 전화벨이 울리더군요.
담당자님 : 아, 네 안녕하세요. 메일 못 받으셨나요?
미레 : 네? 메일이요?
담당자님 : 어제 보내드렸는데 잘못 갔나보군요. 저도 어제 그걸 막 발견하고 벙쪄있던 참이었습니다.
미레 : 아............ (바로 그 어제... 즉, 메일이 잘못 도착한 것도 모르고 아침해가 뜰 때까지 원고를 작성한)
담당자님 : 이게 겹치더군요.
미레 : 그러게요. 저도 놀랐어요.
담당자님&미레 : 아하하... 하하......
담당자님 : 그래서 방법이 두 가지가 있는데, 하나는 무시하고 그냥 쓰는 법... 하지만 이건 그리현명하지 못합니다.
미레 : 아무래도 그렇겠죠. 저도 그게 걱정되어서 연락드린 거고요.
담당자님 : 네, 그래서말인데... 일단은 이 장편은 홀드하는 편이 좋겠습니다.
미레 : ...역시 그래야겠죠ㅠㅠ
결국 첫 장편 리퀘스트는 물거품으로 돌아갔습니다.
담당자님 :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. 이쪽 업계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니까요.
미레 : 네, 그럴 것 같긴 해요.
하지만 전 처음 리퀘받은 소설이 겹치는 바람에 이미 반쯤 정줄이 나간 상태...
담당자님 : 아, 혹시 그 책 읽어보셨나요?
미레 : 아뇨, 아직 못 읽어봤습니다. 오늘 알게 되어서요.
담당자님 : 그러면 주소를 알려주세요. 제가 보내드리겠습니다. 한 번 읽어보시고 천천히 생각해보세요.
미레 : 네, 알겠습니다...ㅠㅠ
결국 저의 정줄을 빼앗아간 소설을 선물로 받게 되었습니다.
으아, 그냥 뭐 다 싫다...
소설이 공짜로 생기는 데 좋아할 수가 없어 (...)
하아... 군대 일병이었던 시절부터 약 2년간 공들여 쌓아올린 제 설정은 저 작품 하나로 인해 무너져내렸습니다.
어쩔 수 없죠. 좋은 경험이에요.
고쳐서 쓸 생각은 없어요. 어설프게 손댔다간 수습이 불가능할 정도로 얽어놓은 설정이었거든요.
이번 사건의 결론입니다.
다음 꿈을 찾아나서야겠습니다.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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